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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대하여(유물) - 서경덕

유물주의자 서경덕, 물(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군요서경덕은 에서 "바깥이 없는 것을 태허(太虛)라 하고, 처음이 없는 것을 기(氣)라 하니 허는 바로 기이다"라고 하였다. 대중가요에 나오는 가사처럼 끝도 시작도 없는 것이 기이고, 그 기가 우주 만물의 근원이라는 얘기이다.서경덕은 철학자보다 황진이를 물리친 남자로 더 유명하다. 서경덕은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기'이고, '이'란 기 안에 있는 원리에 불과하다고 하여 '이'와 '기'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였다. '기'를 유물(물질)로 보고 '이'를 유심(정신)으로 본다면 너무 단순한 해석인가?우리나라에서 기일원론은 ‘수입품’이 아니라 독자적인 발전을 해온 것이다. 고려 시대 이규보가 ‘물자생자화(物自生自化)’, 즉 물은 스스로 생겨나 스스..

기성시 2025.01.19

[한강] 희랍어 시간 맨 마지막 시

나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다. - 희랍어시간 맨 마지막 장(시)혀끝으로 아랫입술을 축인다.가슴 앞에 모은 두 손이 조용히, 빠르게 뒤치럭거린다.두 눈꺼풀이 떨린다. 곤충들이 세차게 맞비비는 겹날개처럼.금세 다시 말라버린 입술을 연다.끈질기게, 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다.마침내 첫 음절을 발음하는 순간, 힘주어 눈을 감았다 뜬다.눈을 뜨면 모든 것이 사라져 있을 것을 각오하듯이.

기성시 202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