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 박성룡(1934∼2002)
오늘 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 새 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의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풀잎에
나뭇가지에
들길에 마을에
가을날 잎들이 말갛게 쓸리듯이
나는 오늘 그렇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의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아 지금 바람이
저렇게 못 견디게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또 내가
내게 없는 모든 것을 되찾고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Un jour de vent - Pak Săng-yong
Tiens, aujourd'hui le vent palpite sans arrêt!
Saurait-il aussi
Que je perds aujourd'hui tout ce qui est en moi?
Comme, un jour d'automne,
Les herbes,
Les branches,
Les routes de campagne et les villages
Sont dépouillés de leurs feuilles,
Je perds aujourd'hui tout ce qui est en moi.
Le vent le saurait-il aussi?
Ah! maintenant
Le vent palpite sans pouvoir résister,
Saurait-il aussi
Que je retrouve aujourd'hui tout ce qui n'est pas en moi?
<1975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계간지(프랑스어판)>
박성룡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의미들, 미약하나마 한없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위대한 자연을 평생을 바쳐 노래한 시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미세한 자연의 물상들 뒤에 숨 쉬고 있는 우주의 근원적 생명을 미리 예견하는 촉감을 빠르고 직접적인 감각적 수법을 통해 형상화하는 데 노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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