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시

[이규보] 미인원(美人怨)

김형순 '스키타이' 2025. 5. 14. 23:43
미인원(美人怨) - 이규보(李奎報 1168-1241) 애절한 시 / 13세기 열애시
"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



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고
봄 꾀꼬리 소리에 애간장이 타누나
 
꾀꼬리 우는 봄날 간장 타는데
꽃은 떨어져 온 땅을 붉게 덮었구나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
고은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누나
 
님의 약속 믿기 없기 뜬구름 같고
이내 마음 일렁이는 강물 같구나
 
긴긴 밤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며
수심에 찡그린 눈썹을 펼 수 있으랴
 
푸른 눈썹은 수심에 겨워 찌푸려 있는데
뉘와 함께 긴긴 밤을 지내어 볼까
 
강물은 내 마음인양 출렁거리고
구름은 신의 없는 님의 마음 같아라
 
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
외론 베개 새벽 이불만 향기롭구나
 
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고
봄 꾀꼬리 우는 소리에 애간장이 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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