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폴리네르](1880-1918) 상형언어의 입체화 실험

김형순 '스키타이' 2022. 7. 12. 08:31

<실험적이고 입체적 언어조합으로 무의식의 초현실을 노래한 전위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본명 기욤 드 코스크로위츠키)는 우리가 흔히들 언어의 조합파 시인, 입체파 시인, 미래파 시인, 초현실파 시인 등 여러 말로 정의하지만 그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의 시가 미숙한 시라는 뜻이 아니라 미완성의 시라는 뜻이다. 그의 시가 한마디로 삶과 거기서 얻어지는 경험이 잘 육화(肉化)되어 빚어진 시라 할 수 있다.

 

그의 명상의 편린들인 담긴 4행 시 <애벌레>를 잠시 감상해 보자

 

일은 풍요를 가져다준다

가련한 시인이여!! 일하자

애벌레는 끊임없이 애씀으로

화려한 나비가 된다.

'동물 시집에서

 

아폴리네르는 사생아로 1880826일 로마에서 태어났다. 이탈리아 출신의 그의 생부의 이름도 제대로 몰라, 폴란드 출신의 어머니 성을 따른 것은 그의 원초적 상처였다. 그는 당연히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는 평생 사랑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지는 못했다.

 

그는 제1차 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군으로 입대하여 했으나 거부당하자 프랑스로 귀화해 전선에 포병으로 뛰어 들었다.

그가 태어난 1년 후에 피카소가 태어났는데 그 둘은 마치 친형제 인양 생존에 가깝게 지냈다. 둘이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되지만 시와 미술 부분에서 선각자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피카소가 20세기 현대 회화의 문을 열어 준 사람이라면 아폴리네르는 20세기 현대시의 문을 열어 준 사람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 근간이 되는 사조가 입체주의다. 요즘 표현으로 번역하면 멀티 채널주의 내지 다원주의라 할 수 있다. 20세기의 다양하고 복잡한 시대임을 예언한 셈이다.

 

20세기는 귀와 입의 시대일 뿐 아니라 눈과 상상의 시대다. 그는 이런 20세기의 현상과 특징을 시적 형상과 신화로 전혀 새롭게 빚어냈다. 그것은 정신적 무질서와 무의식의 초 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초 현실이란 현재과거미래가 공존하는 절대시간이며 일종의 정신 착란이 일으키는 창조의 시간이다.

 

그것은 유희 본능의 자유 정신에서 온 것으로 무모하리 만치 자유분방하고 대담한 실험 정신과 무정부적 경향을 가미한다. 희랍의 고전주의에서는 미란 인간을 재는 완전한 척도였지만, 20세기를 열어 주는 신예술은 무한한 우주를 포함한 이상을 그 이념을 삼고 있다.

 

아폴리네르는 이 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익다. “예술가는 자신이 대상하는 수준의 조형성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 수준에 어울리는 비율을 그 대상에 부여하고자 할 때에 그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 새로운 가능성의 척도는 오로지 4차원에서만 얻을 수 있다.”

 

그는 1905년부터 1920년까지 사이에 현대시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 주고 많은 실험을 통해 전위시를 시도한 모험가였다. 문학평론가 피에르 수포(Pierre Soupault)는 그의 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한편의 시를 쓰기만 하면 다른 여러 시편들이 뒤따라 태어났고,'알코올과 같은 시집을 펴기만 하면 그 시대의 모든 시의 방향을 송두리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20세기 전위적 모험 정신과 미래 지향적 입체주의, 시간을 뛰어넘는 초현실주의를 추구하면서도 그에게는 독특한 라틴적 우수와 서정, 감미로운 가락의 운이 살아 있었다.

 

그의 시는 현대성과 서정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의 시풍은 민요를 전통인 短歌, 哀歌, 戀歌뿐만 아니라 讚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의 대표 시'미라보 다리는 바로 시의 애절함과 서정적 유연성과 사람의 무한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미라보 다리 밑으로 센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르네

나는 기억해야만 하리

기쁨은 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 … …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우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아 있네.

'미라보 다리에서

 

그의 시에 있어 두드러진 특징은 기습적으로 찾아오는 거역할 수 없는 추억을 노래하는 데있다. 그는 아주 작은 것들 속에서 아주 빼어난 시적 마티에르를 건져낸다. 그의 아픈 추억은 어느 새 아름다운 사랑의 연가로 다시 피어난다.

 

나의 아름다운 선박이여

오 나의 기억이여

마시지 못할 물결 속을

우리는 이만하면 다 항해했는가

아름다운 새벽부터

슬픈 저녁까지

우리는 이만하면 다 헤매었는가

'사랑 받지 못하는 자의 노래에서

 

그러나 그의 감미로운 이야기는 황혼의 보랏빛 안개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몇 개의 이미지들이 그 위로 떠오르고, 모든 것이 음악의 숨결로 용해되어 버린다.

 

추억은 사랑의 뿔피리

그 피리 소리는

바람 속으로 사라지네

'사냥의 뿔피리에서

 

그는 일상적인 것, 평범한 것, 다 닳고 낡아빠진 것에서 그는 시인도 흉내낼 수 없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시적 변조와 언어의 변형을 이끌어 냈다.

 

시인의 내부에 잠재한 있는 복답다단한 정서가 단순화, 정서화되면서 그에게는 기발한 발상과 우연한 리듬이 터져 나오게 된다. 그의 고통스러운 운명은 오히려 황홀하고 웅장하고 매혹적인 세상으로 변해 버린다.

 

그는 지독한 1차 세계 대전의 와중에서도 폭격의 밤을 감탄의 눈으로 보고 있다. 그 총탄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처럼 황홀하게 보는 이상한 눈을 가졌고, 그 생과 사가 엇갈리는 그 자리가 바로 그의 축제의 자리다.

 

하늘에 수없이 터트리는 포탄을 부드러운 봄의 향기로 애무하며 우짖으며 스쳐 지나가는 달빛으로 본다. 그리고 그는 지독하게 실패한 사랑의 상처를 되내이며, 그 사랑을 추억한다. 그는 영락없이 깊은 사랑에 빠진 전사이다.

 

은하수 빛나는 누이여!

......

떨리는 저녁의 별꼬리를

남기는 그녀의 시선

그녀의 눈 속에는 사이렌들이 헤엄쳤고

피나게 깨무는 우리의 입맞춤은

우리를 지키는 요정들을 울렸다.

......

나의 비둘기, 나의 희디흰 귀향처여!

, 이파리 떨어진 데이지 꽃이여!

나의 머나먼 섬 나의 데지라드여!

나의 장미, 나의 정향나무여!

쇠가시랭이 하나 없이 날이 선 우울이

칼 일곱 자루가 오 또렷한 고통이여

내 가슴속에 꽂혀 있고 광기는

네 불행에 대해서 추론하려 한다.

어떻게 내가 당신을 잊기를 바라는가

'은하수에서

 

그의 시적 명상과 상형 문자 언어가 담긴'동물 시집'상형 시집은 어린 시절 의 향수와 흥미를 드러내면서 무상이 문학적 유희 정신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의 숨겨진 도취감과 상상의 세계를 그림 그리듯 써내려 간 그의 형상시는 때론 지리멸렬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의 정서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회중 시계와 넥타이라는 그의 형상시(그림시)는 우리 나라에서는 이상 시인이 이런 시풍을 나름대로 변형하여 썼지만, 속도 문화의 상징인 넥타이를 그림으로 시에 등장시켜 20세기 바쁘고 복잡하게 살아갈 이들에게 어떤 경고 아니면, 조롱, 풍자 그리고 동정심까지 발휘하고 있다.

 

네가 매고 있고 너를 장식하는

넥타이와 문명인이여

잘 숨쉬고 싶으면 넥타이를 풀어라

심심풀이하듯

삶의 아름다움은 쫓는 고통을 능가한다.

내 가슴,

어린이, 아글라,

티르시스, 일 주일

철학자, 광인의 의해 다시 세워질 무한

네 육체의 문을 지키는 시의 여신들

아름다운 미지인

그리고 송장 같은 빛나는 단테의 시행

시간들

마침내 5분 전 이다 하여

모든 것이 다듬어진다

'넥타이와 회중 시계'에서

 

어떤 형태든 관계없이 삶을 예찬하는 것은 위트만의 미래주의와 예언자적 정신을 닮았다. 1913년 유럽은 신뢰감과 활기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래를 영접할 언어의 연금술적 기적보다는 오히려 어떤 정신적 낯설음과 파격적이고 예외적인 것들이 인정받고 받아들여지는 정신 요즘 말로 고정관념 파괴 정신이 일어나고 있었다.

 

모든 이가 다 버린 것들을 다시 줍고 보완하여 새로운 감각 판단 추억을 동시성을 만들어 내고, 여러 가지 이질적 요소가 논리적 근거보다는 심리적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섞이면서 그 어떤 새 이미지를 낳게 하는 것이다.

 

어떤 모방이나 타협, 기존의 것을 배격하며 현재적 감각과 참신함, 극단적 세련미로 무장된 전혀 새로운 정신(l'esprit nouveau)를 추구했다.

 

저 아름다운 무질서

키우려는 욕망

겨울은 오고 ....

'마지막 시편에서

 

현실이 환상으로 바뀌면서 그 환상은 또한 나의 다른 현실이 된다. 다시 말해서 환상이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주의력이 현실을 이탈하는 순간, 무의식 힘이 솟아나고 삶 속에 그 힘이 밀려와 어떤 부조리한 것, 금지된 것, 비이성적인 것 등 위험한 모험 정신을 부추긴다.

 

그의 삶이 시가 되면서 그는 시와 삶을 넘어서는 가장 생생한 기쁨, 놀라움, 당혹스러움을 맛본다. 이처럼 새로운 것은 뜻하지 않은 놀라움 속에 있게 마련이다.

 

이 세상의 어느 부분을

늘 잊어 버리게 해 주는 자,

도대체 누구인가

한 대륙을 잊게 해 준

크리스트퍼 컬럼버스는 어디 있는가

그러나 새로운 발견의

여지를 위해서 참으로 잃어 버리자

'항상에서

 

그는 지극히 평범한 언어 속에 미지와 신비, 축제와 환상을 이끌어 내는 것뿐만 아니라 피격에 대한 욕망과 현대적 시적 기적을 낳기도 한다. 그의 2세기적 시의 혁명은 그가 단순히 기본 문명의 대한 거부가 아니라 새 세대를 미리 내다보며 동시에 초현실적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을 넓히고 그 길을 닦아 놓았다.

 

그의 전위와 황홀의 언어는 80년대 한국 시의 황 지우처럼 우리에게 2세기를 전망까지 가능까지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먼저 보는 자로서의 시인에 대한 편견과 따가운 시선에 대한 변명을 이렇게 노래한다.

 

우리는 그대들의 적이 아니라

그대들에게 주고 싶다

그곳에서

한번도 본 일이 없는

색깔의 새로운 불이 타고 잇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그 숱한 환락은

그것에 현실성을 부여해야 한다

무한과 미지의

전선에서 날마다

투쟁하는 우리들을 불쌍히 여겨라

우리들의 실수를 불쌍히 여겨라

우리들의 죄를 불쌍히 여겨라

'도처에서에서

 

그는 아직도 젊은 나이인 38살에 어처구니없게도 지독한 스페인 감기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의 발자취는 21세기를 내다보며 20세기 터를 잡고 문을 열어 준 현대시의 선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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