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시

[김수영] '사령(死靈)'

김형순 '스키타이' 2021. 12. 1. 16:36

오늘 2021121:

2021년 마무리하고

2022년을 맞이할 준비하는 1달이다.

 

김수영 시 '사령'이 생각난다.

12월은 죽음과 부활이 교차하는 시기가 아닌가.

시인의 체질이 느껴진다.

 

사령(死靈) -김수영

 

... 활자(活字)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黃昏)도 저 돌벽 아래 잡초(雜草)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纖細)

행동(行動)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郊外)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시집 달나라의 장난’,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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