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시

'사랑가(Love Song)'

김형순 '스키타이' 2021. 12. 29. 08:27

춘향전, 한국문학의 보고다. 그 풍부하고 유머러스한 어휘에 기절하게 된다.

[사랑가] 하루 이틀 지나가니 신맛이 새록새록 부끄럼 차차 멀어진다. 희롱도 하고 농담도 하니 저절로 '사랑가' 되었구나. 사랑으로 노는데 똑 이 모양으로 놀것다.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동정호 칠백 리 달 밝은 밤에 무산巫山 같이 높은 사랑, 아득하고 끝도 없는 바다같이 깊은 사랑, 가을날 달 밝은 밤 이 봉우리 저 봉우리 달구경 하던 사랑, 어여쁜 여인 춤 배울 제 한 선비 퉁소 불어 신선 되기 바라던 사랑, 따사로운 봄날 밤에 달빛이 교교할 때, 주렴 사이 복숭아꽃 배꽃 비추는 사랑, 여리고 고운 초생달 아래 은은한 미소 요염한 자태 어여쁘다. 숱한 사랑, 월하노인(月下老人) 중매하여 삼생 연분 맺었으니 너와 내가 만난 사랑, 허물없는 부부 사랑, 꽃비 날리는 저 언덕의 목단화같이 펑퍼지고 고운 사랑, 연평 바다 그물같이 얽히고 맺힌 사랑, 은하(銀河) 직녀(織女) 금실 짜듯 올올이 이은 사랑, 청루(靑樓) 미녀 이불같이 혼솔 감친 사랑, 시냇가 수양같이 하늘하늘 늘어진 사랑, 남창 북창의 노적(露積: 곡식을 한데 수북이 쌓음)같이 다물다물 쌓인 사랑, 은장 옥장의 장식같이 이리 저리 잠긴 사랑, 영산홍 봄바람에 넘노나니 벌과 나비 꽃을 물고 즐기는 사랑, 녹수정강 원앙처럼 마주 둥실 노는 사랑, 칠월 칠석 깊은 밤에 견우 직녀 만난 사랑, 육관대사 성진이가 팔선녀와 노는 사랑, 역발산 초패왕 우미인 만난 사랑, 당나라 현종임금 양귀비와 만난 사랑, 명사십리 해당화같이 연연이 고운 사랑, 네가 모두 사랑이로구나. 어화 둥둥 내 사랑아, 어화 내 간간 내 사랑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