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1931~2015)
- 스웨덴 시인 노벨상 수상
암울한 몇 개월 동안,
내 삶은 당신과 사랑을 나눌 때만 불타올랐다.
개똥벌레가 점화되고 꺼지고,
점화되고 꺼지듯이. 밤의 어둠 속
올리브나무 숲속에서 눈여겨보면
개똥벌레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다.
암울한 몇 개월 동안,
영혼은 움츠러들고 망가진 채 앉아 있었다.
하지만 육신은
당신을 향한 직선 통로를 택하였다.
밤하늘이 울부짖었다.
우리는 우주의 젖을 훔쳐 먹고 연명하였다.
시는 죽었는가
시는 죽었는가. 아니다.
시는 어디에 있는가. 여기 있다. 저기에 있다.
또한 시가 없는 곳에도 시가 있다.
인류의 시작과 함께 있는 시.
인류의 오랜 삶과 함께 있는 시.
인류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질 시.
그리하여 시는 이 지상의 처음과 끝이다.
온갖 슬픔과 기쁨 그리고 어둠과 한 줄기 빛살이 내려오는 모든 곳에서
시는 생명과 영혼의 기호이다.
우리는 이 같은 시의 매혹과 존엄 그리고 그 뜨거운 숨결에
동행하기 위해서 현존 세계 시인들의
한 편 한편의 진실에 다가간다.
시는 있다. 시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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