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쓴 한국미인론>
- 백기완의 미인을 잃으면 아름다운 나라를 잃는다
그녀의 발은 입 맞추고 싶고 은어 새끼 떼 같고
그녀의 다리는 노을진 강물로 물든 산마루 같고
그녀의 엉덩이는 꽃술을 담은 풍성한 항아리 같고
그녀의 허리는 푸른 초원에 팔랑이는 명주 폭 같고
그녀의 가슴은 짙푸른 5월의 산등성이 같고
그녀의 어깨는 초가집 마루의 기둥 같고
그녀의 팔은 강과 산이 연결된 무지개 같고
그녀의 손은 쌀가루처럼 빚어 놓은 먹음직한 칼국수 같고
그녀의 눈썹은 얼게 빗으로 그려놓은 반달 같고
그녀의 이마는 한참 놀아가는 마당 같고
그녀의 코는 새아기 시집가서 빚어논 송편 같고
그녀의 이는 옹달샘에 잠긴 차돌멩이 같고
그녀의 턱은 잘 빠진 옥 고름 같고
그녀의 귀는 노을에 비낀 잎새 같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천연색 그대로인 머루 빛 같고 [...]
그녀의 옆모습은 달이 오르면 빛만 환한 산마루 같고
그녀의 자주 치마 입에 물고 옥색 치마 휘날리며 춤추는 구름 같고
그녀의 뒷모습은 눈이 펄펄 내리는 날 창호지 위 흘려 내리는 등잔불 같고
-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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