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시

[김수영] 419 기념시 나가다오 다 나가다오

김형순 '스키타이' 2022. 4. 18. 19:11

김수영 시인

[] 앞부분 생략

[四月革命]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는 것은

잿님이할아버지가 상추씨, 아욱씨, 근대씨를 뿌린 다음에 호박씨, 배추씨,

무씨를 또 뿌리고

호박씨, 배추씨를 뿌린 다음에

시금치씨, 파씨를 또 뿌리는

夕陽에 비쳐 눈부신

일년 열두달 쉬는 법이 없는

걸찍한 강변밭같기도 할 것이니

지금 참외와 수박을

지나치게 풍년이 들어

오이, 호박의 손자며느리값도 안되게

헐값으로 넘겨버려 울화가 치받쳐서

고요해진 명수할버이의

잿물거리는 눈이

비둘기 울음소리를 듣고 있을 동안에

나쁜 말은 안하니

가다오 가다오

지금 명수할버이가 멍석 위에 넘어져 자고 있는 동안에

가다오 가다오

명수할버이

잿님이할아버지

경복이할아버지

두붓집할아버지는

너희들이 피지를 침략했을 당시에는

그의 아버지들은 아직 젖도 떨어지기 전이었다니까

명수할버이가 불쌍하지 않으냐

잿님이할아버지가 불쌍하지 않으냐

두붓집할아버지가 불쌍하지 않으냐

가다오 가다오

선잠이 들어서

그가 모르는 동안에

조용히 가다오 나가다오

서푼어치값도 안되는 美蘇人

초콜렛, 커피, 페치코오트, 軍服(군복), 手榴彈(수류탄)

따발총..... 을 가지고

寂寞(적막)이 오듯이

寂寞이 오듯이

소리없이 가다오 나가다오

다녀오는 사람처럼 아주 가다오! <1960.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