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 묘비 앞에서 사회 혁명을 꿈꾸다 자신의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방랑의 시인, 고독의 시인 정치탄압과 대중의 질시 속에 외롭게 죽어 간 시인 여인의 사람과 민중의 사랑이 하나였던 그대는 지금도 살아 있소 내가 그대 묘비 앞에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한 낯선 여자가 그대의 묘비가 어디 있냐고 묻고 있었소 보시오 그대는 온 인류로부터 칭송 받는 시인이오 시의 제왕이오 그대 비록 여기에서 객사했다고 해서 너무 슬퍼 마소 나도 그댈 만나러 아시아에서 먼 여기까지 오지 않았소 그대 앞에 서면 한 시대를 고뇌한 지식인의 얼굴이 보이오 비장감마저 드는 그대 흉상은 여전히 아름답소 나 그대 떠나더라도 나뿐만 아니라 고통당하는 모든 이를 위해 계속 시를 많이 읊어주오 1989.8.8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