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1989.8.5 파리에 유학 온 옛 동료 교사의 안내로 베르사유 궁전을 들러 보고 오는 길, 지하철 속에서 흑인 남자가 백인 거지에게 적선하는 것을 보았다 베르사유 역사가 위선의 역사였듯이 프랑스의 식민 지배도 이젠 그 대가를 받는 것인가 어떤 백인 여자는 갖은 애교를 부리며 흑인 남자의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 백인 거지는 백주 대낮에 술 취해 아무 데나 실례를 하지만 흑인 남자는 한결같이 점잖고 신사답다 아침에 활기차게 출근하는 사람도 청소하는 이도 다 흑인이다 백인 신사의 억지 논리가 이제 낡은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다 베르사유 궁전처럼 폐허지(廢墟地)처럼 지하철에서 흑인 신사는 백인 거지가 동냥을 하면 거절하거나 빈손으로 보내는 법이 없다 파리는 지금 흑인 신사와 백인 거지가 서로 자리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