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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 취하라!(Enivrez-vous!)

주제: 시간의 학대 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그리고 시간의 주인공으로 살아라. 순간 속에 영원히 사는 길은 바로 취향대로 그대가 좋은 하는 것에 취하는 것이다. 취하라 -샤를 보들레르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시간의 끔찍한 중압이 네 어깨를 짓누르면서그대가 이 지상으로 궤멸시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끊임없이 취하라.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술로 , 시로 , 사랑으로, 구름으로, 덕으로네가 원하는 어떤 것으로든 좋다.다만 끊임없이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도랑의 푸른 물 위에서나그대 방안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그대가 깨어나 취기가 덜하거나 좀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보들레르 2021.12.22

[랭보] 감각(sensation)

감각 Sensation -랭보(A. Rimbaud) 몽상가적 보헤미안, 자연과 혼연일체 푸른 여름밤 석양녘에 나는 오솔길을 가리라,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몽상가가 되어 발밑으로 그 신선함을 느끼리. 들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주겠지. Par les soirs bleus d'été, j'irai dans les sentiers, Picoté par les blés, fouler l'herbe menue: Rêveur, j'en sentirai la fraîcheur à mes pieds. Je laisserai le vent baigner ma tête nue.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리. 하지만 한없는 사랑은 내 영혼에서 피어오르리니, 나는 멀리 멀리 가리라, 보헤미안처..

랭보 2021.12.20

[보들레르] 이방인(L'Étranger)

이방인(에트랑제) / 보들레르 - 수수께끼 같은 사람아, 자네는 누굴 가장 사랑하는가? 말해보게. 아버지, 어머니, 누이, 형제인가?” “내겐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형제도 없다네” - 친구들은? “당신들은 이날까지도 내겐 엉뚱하고 의미조차 없는 말을 하는군요” - 조국은? “그게 어느 위도에 위치하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오” - 미인은? “그야 기꺼이 사랑하겠지만, 불멸의 여신이라면” - 황금은? “당신이 신을 증오하듯 나는 황금을 증오하오” - 그래! 그럼 자네는 대관절 뭘 사랑하는가, 알다가도 모를 이 이상한 친구야? “구름을 사랑하지... 흘러가는 구름을... 저기... 저...신기한 구름을!” - 『파리의 우울(Le Spleen de Paris)』 (1869) 중에서 L'Étranger -..

보들레르 2021.12.12

[김수영] '사령(死靈)'

오늘 2021년 12월 1일: 2021년 마무리하고 2022년을 맞이할 준비하는 1달이다. 김수영 시 '사령'이 생각난다. 12월은 죽음과 부활이 교차하는 시기가 아닌가. 시인의 체질이 느껴진다. 사령(死靈) -김수영 ... 활자(活字)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黃昏)도 저 돌벽 아래 잡초(雜草)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纖細)도 행동(行動)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郊外)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기성시 2021.12.01

[보들레르] 등대 (Les Phares)

보들레르, 미술평론가답게 서양미술가 8명 거장을 '시대의 등대'로 비유해 상징시로 풀다. 번역 함유선 "사랑이란 엄두도 못 낼 싱싱한 살의 베개" -보들레르 시 '등대' 중에서 보들레르가 서양에서 최고의 시인이 된 것은 '색'(최고의 주이상스)과 '공'(최악의 바니타스)의 스펙트럼에서 그 넓이와 그 깊이와 그 높이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 그의 시에서 하강과 상승의 폭은 무한대가 된다. 보들레르 예술론 "만물 조응(Correspondence 다른 말로, 공감각 With power to expand into infinity)" 사상에 내재하는 초월적 이상과 세속적 타락 속 긴장된과 예술적 엑스터시 관계는 바그너의 종합예술론(Gesamtkunstwerk)과 서로 만나는 지점이 있다. 백남준의 천지인..

보들레르 2021.11.30

백남준, 무소유주의자를 좋아해

백남준은 무소유주의자를 좋아했다 악기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샬럿 무어먼을 좋아했다 예술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보이스를 좋아했다 음계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쇤베르크를 좋아했다 자본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맑스를 좋아했다 연주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존 케이지를 좋아했다 몸짓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머스 커닝햄을 좋아했다 국경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칭기즈칸을 좋아했다 존재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사르트르를 좋아했다 환상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일연을 좋아했다 시공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장자를 좋아했다 열락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보들레르를 좋아했다 종교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니체를 좋아했다 2018.11.19

자작시 2021.11.19

[보들레르] 가을의 노래

가을에 처절하도록 쓸쓸한 자, 여인을 통한 구원을 추구하다 가을의 노래 - 샤를 보들레르 Ⅰ. 머잖아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니, 잘 가라, 너무나 짧았던 우리 여름철의 눈부신 햇빛이여! 난 벌써 듣노라, 처량한 소리 높이 울리며 안마당 돌바닥에 떨어지는 나무소리를. 분노와 증오, 떨림과 두려움, 힘겹고 강요된 고역, 이 모든 겨울이 이제 내 존재 속으로 되돌아오니, 내 심장, 극지의 지옥 비추는 태양처럼, 한낱 얼어붙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리라. 난 듣는다, 몸을 떨며 장작개비 떨어지는 소리를, 교수대 세우는 소리도 이토록 더 육중하지는 않으리. 내 정신은 지칠 줄 모르는 육중한 소리가 나는 망치에 허물어지는 저 탑과 같구나 난 몸이 뒤흔들린다. 이 단조로운 울림소리에, 어디선가 급히 관에 못질..

보들레르 2021.10.09

그의 천진한 웃음

이우환은 아직도 / 미지와 무한을 향해 / 꿈을 꾸는 소년 같다 재킷과 청바지를 입은 / 75세의 이우환은 / 내 눈에는 15살의 / 경상도소년으로 보인다 그의 천진한 미소는 / 그 자체가 / 아무도 지어낼 수 없는 / 생생한 그림이다 평생 제대로 된 / 점 하나 그려 보려 / 그리도 무던하게 / 애를 쓴 것인가 / 하늘의 별을 따듯 / 그렇게 화폭에 / 우주에서 가장 잘 난 / 점 하나 따온 것인가 무한이 숨쉬는 / 설렘의 우주를 열어/ 붓끝에 / 충만한 기와 / 생명의 파장 넣은 것인가 최소의 점으로 / 최대의 공간을 창출하여 / 지구상에서 가장 / 작아도 충만한 / 여백의 미 낳은 것인가 2011.11.15 갤러리현대 전시장에서

자작시 2021.09.01

소르본大 앞에서

소르본大 앞에서 소르본 大 맞은 편에 싸구려 여인숙 퀴자(Cujas) 내가 먹고 자고 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우선 TV가 없어서 좋고 화장실은 공용이고 샤워를 하고 싶으면 20프랑을 내면 그만 내 방 밖에는 오래된 만큼 편안하게 보이는 파리의 뒷골목 외론 나그네 마음을 풀어 주듯 창밖 잿빛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여종업원은 친절하고 아직 살아 있는 우애 정신에도 개인 자유와 사회 평등 인류 우애는 지금도 미흡하고 누군가 그걸 완성하겠지만 그건 흑인 몫 이제 파리는 흑인에 의해서만 아름답고 행복해질 수 있나니 창밖에 비가 내리고 미완성 혁명은 또 다른 완성을 향하고 있어 1989. 08. 06 프랑스혁명200주년에

자작시 2021.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