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209

랜덤 액세스

랜덤 액세스 - 백남준을 위하여 무작위적으로 무질서의 극치로 무정부적으로 무심으로 무념무상으로 무지막지한 지랄로 무의식적으로 무한적으로 무구하게 무당의 몸짓으로 무례하게 무료하게 무지몽매하게 무표정하게 무조건으로 무정하게 무아지경으로 무일푼으로 무위도식으로 무용지물로 무언극으로 무례하게 무소속으로 무색무향으로 무의미하게 무상으로 무디게 무기력하게 무궁무진하게 무기질로 무기명으로 무한대로 무표정으로 무차별로 무일푼으로 무욕으로 무소부지하게 무방비로 무단으로 2016.03.31

자작시 2023.03.31

찬연한 봄의 순환

누런 잔디에는 파릇파릇 새로이 풀이 돋고 물 오른 개나리 가지에는 꽃망울이 피기 직전 그 모양이 빵빵하다 봄은 어김없이 다시 오고 삼사만상을 스프링처럼 치솟는다 처녀들 하얀 살빛도 더욱 탄력이 넘친다 봄은 또한 묵은 밭 갈아엎어야 새 알곡을 심고 뿌린다 그렇듯 민초들 억눌린 일 너무 당하면 참지 못해 일어나기도 한다 강물은 아직도 차지만 옆구리에 파고들 때는 상냥하기까지 하다 저것이 저렇게 출렁이는 것은 제대로 숨쉬며 살기 위해서 일 테고 거기 위에 쏟아지는 봄 햇살은 거기에 눈부신 꽃밭을 피운다 올 새봄에도 돋는 풀처럼 피어나는 새순처럼 강물 위 수놓은 꽃빛처럼 그렇게 찬연하게 자연의 순환과 섭리는 또 다시 시작되는 것이리라 2016.03.22

자작시 2023.03.22

오늘은 다 부자

[즉흥시] 이런 봄 햇살을 맞는 자는 다 부자다 조물주는 햇살만큼은 공평하게 주는 자이다 남녀노소 빈부의 차가 없다 오늘을 다 부자가 되자 이런 봄햇살에 봄의 권태와 짜증을 날려 보내자 내 애인을 너무 우울하게 하는 그동안의 봄의 농간과 짓궂은 장난을 다 쓸어버리자 그러나 오늘 같은 봄햇살은 좋다 오늘과 같은 봄 햇살은 맞이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부자다 2016.03.15

자작시 2023.03.15

봄비

[즉흥시] 봄비 봄비라 10대에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세월이 많이 지나 지금도 감당하기 힘들다 새과 꽃과 나무 하늘과 바람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설렘은 그 지조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솟아오른 우주가 목이 말라 물기가 필요했던 것인가 봄비는 시절의 새 전주곡인가 물과 불의 오묘한 융합인가 이게 음양의 조화인가 우주의 원리인가 햇살이 이렇게 따뜻하고 내 살결에 이렇게 부드러워도 되는가 새봄에도 지구촌에 난민은 날로 늘고 있다 봄비는 과연 굳은살 같은 내 무신경을 치유할 수 있나 봄비가 내리니 여성은 경이로운 신으로 다시 깨워 난다 그런데 오늘 호킹 이런 우주가 뭔가를 평생 묻다 죽었다 그가 말한 블랙홀로 어린왕자처럼 깊이 빨려 들어갔다 16세기 화담도 “혼돈이 시작되었을 때 음양오행은 누가 움직이게 했나?“..

자작시 2023.03.15

봄에 핀 사랑의 꿈

봄에 핀 사랑의 꿈 담고 담아도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샘이 넘치는 봄에 난 밤마다 그대를 수없이 안아 보네 하이네의 봄 노래가 내 무딘 마음에도 움트고 잃어버린 옛사랑을 더듬어 봄의 노래를 그대의 부픈 가슴에 띄워 보네 이 봄에 한 송이 꽃을 피우고자 갈급한 마음으로 애타는 몸짓으로 그대의 고운 얼굴을 그려보네 다시 소생하는 풀포기처럼 파릇파릇 돋아나는 그대의 고운 향기가 두근거리는 내 가슴속에 여울이 되어 흐르네 다시 찾은 내 어린 마음의 봄이여! 흙같이 따뜻하게 미풍처럼 부드럽게 그대의 품속에 오래 잠들고 싶네 내 추운 마음속에도 새봄은 찾아오고 처녀의 두근거리는 마음처럼 푸른 나의 노래는 그대의 숨결이 되고 그대의 눈빛이 되어 온 하늘을 수놓고 있네 아무리 불러 보아도 지지치 않는 사랑의 꿈이여 그..

자작시 2023.03.14

2017년 31절은 3월 11일

[정리 안 된 즉흥시] 12세기 이후/민주주의가 시작한 이래/이런 민주주의는 처음이다/현실이 역사가 되었다/우리 모두가/새 시대의 장을 열었다 군중의 함성이/거대한 파도보다/더 우렁차게 번져나갔다 대통령의 운명은/나라의 최고 권력자인/국민에 달려있음을 보여줬다 19번의 촛불 혁명/그 광장 민주주의에는/주동자는 없었다 모두가 다 주인공이었다/그렇게 참으로 민중스러웠다. 역사의 적폐를 말끔히 씻어내며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누구는 알아주지 않아도/거리를 청소하고 휴지를 줍고/ 무대설치를 하고 마이크 설치하다 누구는 군중을 압도하는 사회를 보고/차량을 타고 군중의 행진을 이끌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은/이번 광장 민주주의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 뿐인가/수많은 연인들의 춤과 노래와 포옹은/아름다웠다 어린..

자작시 2023.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