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209

오늘은 내가 가을이다

[즉흥시] 오늘은 내가 가을이다 2016년 10월 27일 정오 그 따사로운 가을햇살에 내 온 몸이 짜릿하다 내 온 마음에 전율이 온다 말할 수 없는 계절의 풍요로움과 우주의 넓은 품에 깊게 빠지는 것 같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연과 상승이 느껴진다 오르가슴이다 오늘은 가을이 사랑이다 가을이 맑은 하늘이 된다 가을이 붉은 노을이 된다 오늘처럼 가을이 이렇게 나를 유혹적인 적이 있었나 오늘처럼 가을이 이렇게 나를 황홀하게 한 적이 있었나 오늘은 내가 가을이다 내가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이렇게 싸늘한 가을에 이렇게 써늘한 가을에 나는 이 가을의 심연에 깊이 빠진다 이 가을의 심오함에 마냥 사로잡힌다 2016.10.27

자작시 2023.10.27

아현동 산책

아현동 산책 -신촌路 32길에서 35길 사이를 걷으며 되도 안 되는 낙서시를 써보다 마포구와 서대문구를 가르는데 기준이 되는 신촌로 중간에 고가도로 지금은 없어져 넓게 보이고 그중 32길에서 35길 사이를 걷다보면 서울의 서민들 삶이 보인다 거리의 3분의 1은 부동산인 것 같다 주택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소리 세살 집도 구해야 하고 가능하면 집도 마련해야 하고 영어교실 요즘 영어모르면 취직도 못하고 요즘은 중국어도 유행이다 결혼도 해야 하고 어딜 보니 상담소도 있고요 하여간 이 거리는 웨딩드레스거리로 유명하다 개도 키워야 하고 애완용품 파는 곳은 날로 늘어나고 집에 살다보면 물이 새고 막히고 어딘가 고장 나고 집을 손을 봐야 하니 건재 철물 전기 같은 간판이 붙은 가게들 목공소 페인트 점 등등 김치도 담..

자작시 2023.10.24

나무의 고통에 비하면 나의 고통의 너무 작다

나무 한 구루 / 자연스럽게 / 한 편의 시같다 저렇게 되기까지 / 얼마나 고통이 따를까 내가 겪은 고통만큼 / 남을 이해 한다는데 나의 고통은 / 어디까지 확대해야 하나 쓴맛에서 단맛을 찾는 게 / 인생의 묘미라는데 나의 고통을 너무 가볍다 사람들과 교감이 / 일 힘든 것도 / 다 고통의 결핍인가 내 고통이 / 아직 부실공사란 말인가 애시당초 / 소통이란 불가능한 것인가 본래부터 /사랑이란 없는 것인가 고통을 넘어 환희로 / 베토벤의 합창처럼 / 그 다리를 건너야 하다 내 고통이 / 형편없이 부족하다 2015.02.06

자작시 2023.10.01

다 그림

요즘 내 눈엔 모든 게 다 그림이네. 스치는 사람들 발길도 춤추는 조각 같네. 다양한 머리스타일, 아리송한 추상화 같네. 다채로운 표정만큼 재밌는 인물화도 없네. 남녀노소, 첨단패션으로 팝아트 구사하네. 형형색색 물들인 거리 진열장 마치 수놓은 풍경화 같네. 눈살 찌푸리게 하는 간판도 때론 봐줄만한 설치미술 되네. 개업하는 날, 가게 앞은 영락없이 퍼포먼스 예술공연이네. 아이스크림 집 옆 꽃 가게는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네. 우리네 일상도 발 빠르게 달라지는 한 점의 풍속화네 2006.03.30

자작시 2023.09.22

깨어진 조국의 얼굴 1994. 04. 20 홍대 앞

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이 되고, 대학가 1년 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 그러나 1994년 끝물 과격 시위를 한 대학이 바로 홍대다 // 깨어진 조국의 얼굴 - 홍대 앞에서(1994.04.20) // 1994년 홍대 앞 아파트(지금 복합상가아파트, 마포평생학습관 정문 바로 오른쪽)에 살 때다. 60년대는 고대 시위가 가장 과격했고, 70년대는 성대 시위가 가장 과격했고, 80년대는 연대 시위가 가장 과격했고, 90년대는 홍대 시위가 가장 과격했다. 이슈가 뭔지는 생각이 안 난다. 깊은 밤에 홍대앞 최루탄 냄새가 진동해 잠 못 자다. 그 와중에 쓴 시다. 30년 전 시다. 한국의 정치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깨어진 조국의 얼굴 최루탄 화염병의 전쟁터이런 전쟁 누가 시키나 상처 받은 뻥 뚫린 겨레의 ..

자작시 2023.08.11

내 사랑 난지 - 산책시 2

내 사랑 난지 산책시 2 오락가락 장맛비 속 한강으로 향하는 산책로 그 사이로 바람이 내 머리카락 스친다 강 위 하늘대는 바람이 먹구름과 만나 뭔가 속삭인다 미소 머금은 한강이 보이는 곳 풀밭은 더 눈부시게 푸르다 내 시야가 좀 열리고 미생물들 자신의 빛과 색을 내며 몸을 움츠린다. 한강이 이럴 때 하나의 풍경이 되어 고양이처럼 내 가슴 속에 파고든다. 월드컵 근처엔 쓰레기매립지가 생체하천 된 난지천공원 등 공원이 많다 현대화가들 쓰레기통에서 재료 찾듯 여기를 이렇게 디자인한 고권 전 시장은 비저너리 예술가 같다 그로 인해 내 상상력에도 불이 붙는다. 추억 속 남아있는 캐나다의 공원들 떠오른다. 사랑의 격정과 삶의 허무가 뒤엉킬 때 시가 나오듯 오늘 아침 그런 언어가 쏟아진다 2014.07.26

자작시 2023.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