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194

오늘 친구가 돌아가다

오늘 친구가 돌아가다 * 그는 나에게 성서를 제대로 알려주다 2년 전, 시다 610 항쟁일에 - 이영재 목사 보내며 생글생글 아이처럼 웃던 그대 모습이 좋았지 어린 왕자처럼 초롱초롱한 그대 눈빛이 맑았지 그대는 70년대 민주화 투사로 우리의 우상이었지 걸출한 목소리로 쏟아낸 공관복음 해설 촌철살인 같았지 영국 유학 후 박사가 되어 돌아와 다시 만나니 옛 추억 떠오르고 젊은 날 흔적 되살아났지 성서에 까막눈인 내게 그댄 그 본질을 꿰뚫어줬지 그런 시절이 없었다면 난 지금도 헤맸겠지 개벽 세상 열어놓고 그대 먼저 가면 어쩌냐 그대 숨 깊이 마시며 술 한 잔 못한 게 끝내 아쉽구나 부디 하늘 가서도 이 못난 우리들 그래도 안아주기를 2021.06.10

자작시 2023.06.10

당신은 미인이셨죠

당신은 미인이셨죠 혜원 미인도에서 보듯 아미(蛾眉), 우뚝 솟은 코와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선이 아름다운 미인이셨죠. 고전무용은 물론 음식솜씨 뜨개질 자수공예 등등 재주가 많았죠. 특히 패션 감각은 예민했죠. 파리에 유학했다면 유명 디자이너가 되었을 텐데 가정교육에서도 일가를 이뤘죠. 절대 강요하지 않는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하는 돈보다 인격을 강조하는 기도가 삶의 밥이었죠. 돌아가시기 전 한달 누나네 있었는데 내 무신론 시도 다 받아줬죠. 가시는 날도 당신은 엄마의 삶처럼 오래 쌓은 인덕이 빛났죠. 영부인처럼 그렇게 밀려드는 수많은 사람들 그런 추모 속에서 떠나셨죠. 엄마는 지상에서도 천국을 맛 봤으니 저 세상에서는 당연히 천국으로 갔을 거라 믿죠. 동양적 달빛 미인 당신은 보름달이 그믐달 되듯 그렇게..

자작시 2023.06.09

육명심

육명심 천진한 웃음에 선량한 눈빛을 지닌 그는 사람의 속을 꿰뚫는다 한국은 이런 천재를 너무 알아보지 못한다 예술가는 통한다고 그는 중광과 천상병의 광기를 즐기며 가까이 지냈다 촌스런 출세주의 덫에 빠진 후진국 대한민국을 그는 사진으로 구한다 그는 말한다 사람을 찍을 때는 상대의 눈과 마음을 확 열어주라고 한국의 마음을 백민과 장승으로 증명사진 찍는다 역사의 목마른 고비마다 사진을 두레박처럼 맑은 우물을 깁는다 그의 사진에는 무뚝뚝해도 정겹고 슬퍼도 따뜻한 인간의 혼이 흐른다 2009-03-03 - 카쉬전 오프닝 갔다가

자작시 2023.06.02

<5월이 가기 전에>

내 눈빛은 눈부신 햇살에 빛나는 초록 나뭇잎으로 씻기고 내 콧등은 아카시아 향으로 물들고 내 귓가는 부드러운 음악 같은 스치는 바람 소리에 흥겹다. 내 입술 그 주변에는 미소의 작은 그림자가 절로 어린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맞다 그렇게 호사하고 풍요롭고 상큼하다. 5월이 가기 전에 무심한 마음을 물리치고 하루의 소박한 축제를 온전히 즐기자. 05.29 영문으로 되어 있네요. 내 눈은 밝은 햇살에 빛나는 녹색 잎으로 씻겨집니다. 내 코는 향기로운 아카시아 향으로 물들고 내 귀는 부드러운 바람 소리에 흥분합니다. 작은 미소의 그림자가 내 입 주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너무 고급스럽고 풍부하며 상쾌합니다. 이 오월이 지나가기 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나..

자작시 2023.05.29

느리고 게으르고 타락할수록

느리고 게으르고 타락할수록 - 보들레르 풍으로 느리고 게으르고 타락할수록 삶의 질은 높아지고 사랑도 깊어지고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거야 보들레르는 타락할수록 더 아름답다고 했는데 조금은 이해가 돼 그는 급변하는 파리를 보고 도덕을 들이대기보다는 퇴폐와 타락의 미를 주입했지 문명이 빠를수록 예술은 늘어터지게 가는 것이 맞는 거야 그게 세계정복의 길이야 예술의 열정은 현대인 너무 빨리 그쪽으로 가는 것을 막은 게 역할인가 느리고 게으르고 타락할수록 삶은 아름답고 인생은 충일한 거야 문명속도 아무리 빨라도 느림과 게으름과 타락보다 더 빠를 수가 없어 2012.05.25

자작시 2023.05.26

예술과 정치

예술과 정치 예술은 세상을 가장 차원 높게 바꾸는 것 정치의 힘이 아니라 예술의 아름다움으로 물 흐르듯 바람 스쳐가듯 그렇게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것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자생적으로 빛의 색다름으로 생의 황홀함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목소리와 일곱 색채로 다채로운 향기로 세상을 다르게 물들이는 것 세월을 새롭게 꽃피우는 것 2010.05.14

자작시 2023.05.06

이우환은 아직 소년

2011년 갤러리현대에서 이우환을 보고 쓴 낙서시 이우환은 아직 소년 이우환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는 아직 소년이다 수줍다 이우환은 아직도 미지와 무한을 향해 꿈을 꾸는 소년 같다 재킷과 청바지를 입은 75세의 이우환은 내 눈에는 15살의 경상도 소년으로 보인다 그의 천진한 미소는 그 자체가 아무도 지어낼 수 없는 산 그림이다 평생 제대로 된 점 하나 그려 보려 그리도 무던하게 애를 쓴 것인가 하늘의 별을 따듯 그렇게 화폭에 우주에서 가장 잘 난 점 하나 따온 것인가 무한이 숨쉬는 설렘의 우주를 열어 붓끝에 충만한 기와 생명의 파장 넣은 것인가 최소의 점으로 최대의 공간을 창출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간결하되 충만한 여백의 미를 낳은 것인가 2011.11.15 갤러리현대 전시장에

자작시 2023.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