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194

다 그림

요즘 내 눈엔 모든 게 다 그림이네. 스치는 사람들 발길도 춤추는 조각 같네. 다양한 머리스타일, 아리송한 추상화 같네. 다채로운 표정만큼 재밌는 인물화도 없네. 남녀노소, 첨단패션으로 팝아트 구사하네. 형형색색 물들인 거리 진열장 마치 수놓은 풍경화 같네. 눈살 찌푸리게 하는 간판도 때론 봐줄만한 설치미술 되네. 개업하는 날, 가게 앞은 영락없이 퍼포먼스 예술공연이네. 아이스크림 집 옆 꽃 가게는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네. 우리네 일상도 발 빠르게 달라지는 한 점의 풍속화네 2006.03.30

자작시 2023.09.22

깨어진 조국의 얼굴 1994. 04. 20 홍대 앞

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이 되고, 대학가 1년 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 그러나 1994년 끝물 과격 시위를 한 대학이 바로 홍대다 // 깨어진 조국의 얼굴 - 홍대 앞에서(1994.04.20) // 1994년 홍대 앞 아파트(지금 복합상가아파트, 마포평생학습관 정문 바로 오른쪽)에 살 때다. 60년대는 고대 시위가 가장 과격했고, 70년대는 성대 시위가 가장 과격했고, 80년대는 연대 시위가 가장 과격했고, 90년대는 홍대 시위가 가장 과격했다. 이슈가 뭔지는 생각이 안 난다. 깊은 밤에 홍대앞 최루탄 냄새가 진동해 잠 못 자다. 그 와중에 쓴 시다. 30년 전 시다. 한국의 정치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깨어진 조국의 얼굴 최루탄 화염병의 전쟁터이런 전쟁 누가 시키나 상처 받은 뻥 뚫린 겨레의 ..

자작시 2023.08.11

내 사랑 난지 - 산책시 2

내 사랑 난지 산책시 2 오락가락 장맛비 속 한강으로 향하는 산책로 그 사이로 바람이 내 머리카락 스친다 강 위 하늘대는 바람이 먹구름과 만나 뭔가 속삭인다 미소 머금은 한강이 보이는 곳 풀밭은 더 눈부시게 푸르다 내 시야가 좀 열리고 미생물들 자신의 빛과 색을 내며 몸을 움츠린다. 한강이 이럴 때 하나의 풍경이 되어 고양이처럼 내 가슴 속에 파고든다. 월드컵 근처엔 쓰레기매립지가 생체하천 된 난지천공원 등 공원이 많다 현대화가들 쓰레기통에서 재료 찾듯 여기를 이렇게 디자인한 고권 전 시장은 비저너리 예술가 같다 그로 인해 내 상상력에도 불이 붙는다. 추억 속 남아있는 캐나다의 공원들 떠오른다. 사랑의 격정과 삶의 허무가 뒤엉킬 때 시가 나오듯 오늘 아침 그런 언어가 쏟아진다 2014.07.26

자작시 2023.07.26

베네치아

베네치아 운하와 수상도시 베네치아 교역의 중심지로 부를 누렸으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도시로 변신하다 파리의 또 다른 파리라고 할까 유럽 예술도시의 시원지다 우선 사계절 물과 바람과 햇살이 사람을 매혹시킨다 여기서는 사랑의 유혹이 최고의 미덕이 된다 누구도 연인이 되고 문화예찬자가 된다 카사노바나 비발디가 왜 여기 출신이겠는가 베네치아를 두고 유토피아는 아니지만 지상의 낙원이라 했는데 맞는 말이다 축제와 향연이 삶의 본질임을 피부로 깨닫게 해준다 첨단의 현대미술과 르네상스회화가 공존하는 초현실적 도시다 전 세계 미의 순례자들 이곳을 매년 예술의 성지로 방문한다 연인들 입맞춤이 자연스럽다 사람들에게 보내는 미소가 다정하다 개성이 넘치는 각자의 스타일을 말할 것 없고 안경패션이 장난이 아니다 이렇게 삶을 ..

자작시 2023.07.08

상하이 옛 거리에서

상하이 옛 거리에서 - 2018년 백남준 상하이 전 갔다가 비 내리는 상하이 옛 거리 와이탄(外灘) 120년 전 근대건물에 취하다. 150년 전 제국열강시대 조계지 그 옛 서양식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오늘 김달진 선생과 나는 아트가이드 3명과 함께 미술관 투어 가다 우연찮게 멋진 날이다 상하이를 아시아의 빛나는 보석 (東方明珠·둥팡밍주)’ 이 말이 맞다 사람들 친절하고 마음결 곱고 물과 햇빛이 많은 지상 낙원이다 이러니 150년 전 서구 열감이 얼마나 노렸겠나! 아편에 빠트려 전쟁 내고 수탈 많았다 가이드 중 미대생 2명 붙임성이 있고 영혼이 맑은지 내 어리석음도 씻어준다. 류(Liu)는 긴 머릿결을 바람처럼 날리며 유창한 영어로 내게 말 붙이나 내 어설픈 영어 멍멍하다 이신전심이 이런 것인가 작년에..

자작시 2023.06.30

최소의 미학 - 이우환을 위하여

2009년 이우환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경쟁성장율을 낮춰야 한다고. // 그 말에 영감을 받고 시를 쓰다 // // 최소의 미학 - 이우환을 위하여 우리 경제가 덜 성장해야 해 자연은 보배야 최소로 개발해야 해 내 그림 본다고 너무 많은 사람 오는 것 안 좋아 우린 음식은 있지만 요리가 없어 맛은 따지는 데 멋이 없어 문화는 간섭은 최소로 공간은 최대로 난 서구의 미니멀리즘도 좋지만 동양의 무위자연도 좋아 돌과 철판 사이에 여백이 흐르듯 꿈과 일상 사이에는 여유가 있어야 해 뻑뻑하고 국물 없는 사회가 되면 안 돼 바람의 숨소리가 들여야지 언어가 지나고 마침내 빛이 보이고 바람 불면 거기에 하나의 공간이 생기는 거야 2009.09.15

자작시 2023.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