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194

이 두 가지

[즉흥시] 이 두 가지 서러움이 나를 압도한다 설레임이 나를 유혹한다 이게 바로 나이기 때문인가 서러움 같은 슬픔과 설레임 같은 기쁨이 이게 지금까지 날 지탱해온 힘이었나 이 둘이 내 가슴을 벅차게 한다 내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서러움은 지독하게 아리다 설렘임은 아득하게 아찔하다 그 사이에서 나는 방황하는 방랑자인가 나는 길 잃은 나그네인가 2017.5.1. 노동절에

자작시 2023.05.01

너는 -거리 두기

너는 -거리 두기 너는 왜 그렇게 늙어 보이니 답답해 보여. 네 몸짓이 무거워 보여. 난 너에게 가까이 가기엔 너무나 먼 사람이지. 너 때문에 온 나라가 늘 홍역을 치루지 칠순 다 되어 널 다시 보니 내 눈에 안 들어와 너는 우리 사회에서 최고 장식품이지 하지만 인생의 본질은 아니야 나는 네가 정말 행복헸으면 좋겠어 네 감옥에 갇히지 말고 하늘로 훨훨 날면 좋겠어 인공지능 시대 진정한 슬기를 내뿜으며 멋진 자유인 되길 바래 2020.04.16

자작시 2023.04.16

아이들 얼굴

아이들 얼굴 교사 생활 십년에야 비로소 아이들 얼굴이 제대로 보인다 그 동안 아이들 마음 바르게 읽지 못했다 아이들 얼굴 뚫어지게 바라보면 그렇게 해맑고 아름다울 수 없다 아이들 얼굴은 날 비춰 보는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드러나지 않는 어떤 티끌 어떤 위선도 없다 아이들은 아무도 꾸짖지 않지만 나에게는 가장 무서운 선생님이다 1990년 3월 16일 아이들 얼굴 -교사시절 수학여행가서 쓴 시 아이들 얼굴은 향긋한 아름다움이다 눈부신 아름다움이다 내가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아이들 웃으면 아침 햇살이 웃고 아이들 울면 저녁 노을이 운다 아이들 얼굴은 눈물에 겹도록 서러움에 겹도록 아름다운 얼굴이다 내 마음에 사무치도록 아름다운 얼굴이다 봄에 핀 들꽃 같은 아름다움이다 여름에 타오르는 태양 같..

자작시 2023.04.12

4월은

4월은 죽음의 달이고 4월은 죽음이 죽음을 넘어서는 달이고 4월은 죽어서도 죽지 않는 달이고 4월은 죽음이 다시 죽임이 되어 삶이 되는 달이고 4월은 죽임의 잔인한 역사의 망각에서 한 모퉁이를 기억하는 달이고 4월은 죽어도 죽지 않는 달이고 4월은 너도 죽고 나도 죽은 달이고 우리 모두가 죽은 달이고 4월은 죽음 아닌 것이 없는 달이고 4월은 죽음이 죽음을 딛고 일어서는 달이고 4월은 죽음이 우리의 삶이 호흡으로 되살아오는 달이고 4월은 죽음도 죽이는 부활과 환생의 단초를 열어주는 달이고 2019.4.12

자작시 2023.04.12

랜덤 액세스

랜덤 액세스 - 백남준을 위하여 무작위적으로 무질서의 극치로 무정부적으로 무심으로 무념무상으로 무지막지한 지랄로 무의식적으로 무한적으로 무구하게 무당의 몸짓으로 무례하게 무료하게 무지몽매하게 무표정하게 무조건으로 무정하게 무아지경으로 무일푼으로 무위도식으로 무용지물로 무언극으로 무례하게 무소속으로 무색무향으로 무의미하게 무상으로 무디게 무기력하게 무궁무진하게 무기질로 무기명으로 무한대로 무표정으로 무차별로 무일푼으로 무욕으로 무소부지하게 무방비로 무단으로 2016.03.31

자작시 2023.03.31

찬연한 봄의 순환

누런 잔디에는 파릇파릇 새로이 풀이 돋고 물 오른 개나리 가지에는 꽃망울이 피기 직전 그 모양이 빵빵하다 봄은 어김없이 다시 오고 삼사만상을 스프링처럼 치솟는다 처녀들 하얀 살빛도 더욱 탄력이 넘친다 봄은 또한 묵은 밭 갈아엎어야 새 알곡을 심고 뿌린다 그렇듯 민초들 억눌린 일 너무 당하면 참지 못해 일어나기도 한다 강물은 아직도 차지만 옆구리에 파고들 때는 상냥하기까지 하다 저것이 저렇게 출렁이는 것은 제대로 숨쉬며 살기 위해서 일 테고 거기 위에 쏟아지는 봄 햇살은 거기에 눈부신 꽃밭을 피운다 올 새봄에도 돋는 풀처럼 피어나는 새순처럼 강물 위 수놓은 꽃빛처럼 그렇게 찬연하게 자연의 순환과 섭리는 또 다시 시작되는 것이리라 2016.03.22

자작시 2023.03.22

오늘은 다 부자

[즉흥시] 이런 봄 햇살을 맞는 자는 다 부자다 조물주는 햇살만큼은 공평하게 주는 자이다 남녀노소 빈부의 차가 없다 오늘을 다 부자가 되자 이런 봄햇살에 봄의 권태와 짜증을 날려 보내자 내 애인을 너무 우울하게 하는 그동안의 봄의 농간과 짓궂은 장난을 다 쓸어버리자 그러나 오늘 같은 봄햇살은 좋다 오늘과 같은 봄 햇살은 맞이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부자다 2016.03.15

자작시 202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