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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환] 나의 노래

이중섭 화가(1916~1956)와 오장환 시인(미술을 너무나 좋아한 시인, 이중섭보다 2살 아래 1918∼미상 *서정주와 이용악과 함께 3대 천재 시인으로 불림), 김광균 시인(가장 모던한 회화적인 시를 쓴 시인 이중섭보다 2살 위 1914~1993). 세 사람 요즘 말로 절친이었다. 모두 각각 근대의 화단과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여 널리 알려진 인물들입니다. 한편, 이 세 사람은 서로의 친우이기도 하였지요. 화가와 시인들의 우정, 마음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화폭에 담아내는 것과 언어로 담아내는 것이 상당히 흡사한 작업이기 때문일까요? 어려운 단어가 전혀 안 들어간 오장환 시(나의 노래) 한 편을 감상해보자. 나의 노래 - 오장환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내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새로운 묘에는 옛..

기성시 2022.12.21

[즉흥시] 눈 오는 날 -2018년 12월 13일

2018년 오늘 눈오는 날 쓴 [즉흥시] 눈 오는 날 삭막하기 그지없는 우리 동네 아파트도 눈 내리는 풍경은 정겹다 회화 작품처럼 주변 분위기가 그윽하다. 자연의 오묘한 섭리다. 세상의 모습을 이렇게 순식간에 확 뒤바꿀 줄이야 무슨 사회 혁명처럼 우리 동네 아트막 뒷산도 무미건조하고 평범한데 오늘 눈에 조금 내리니 여왕처럼 우아해진다. 흙의 향기처럼 하얀 눈 속에서 여자의 살 냄새가 난다. 하얀 솜이불 속에 여자의 가는 다리가 보인다 우주의 섭리인가 하얀 눈이 그려 논 미인도 경이로울 뿐이다 2018.12.13

자작시 2022.12.13

[김지하(Kim Chi-ha)] '지리산' 독일어 번역(1983)

80년대 독일에 있던 동생인지 누이인지 선물로 받는 것 같다. 당시 김지하는 세계적 시인으로 유럽에서 유명했다. [참고: 김지하는 1975년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과 1981년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받다]. 독일어로 번역된 그의 시 '지리산'이다. "내 분노가 타오른다(lodert mein Zorn) [...] 산 아래 아직도 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unter dem Berg das rote Blut fließt noch immer.)" 이런 문장이 보인다. Jiri-san Der schneebedeckte Berg- ah, wenn ich ihn sehe, kocht mir's in den Adern. Das grüne Bambusdickicht - ah, w..

기성시 2022.12.11

맛이 멋이 되는 순간

먹는다는 것의 철학은? 저마다 다른 한 끼를 먹어야(?) '도미니크 로로(D. Loreau)' 말이다 난 물김치 시원한 무 한쪽에서 하늘을 맛본다 이럴 때 무는 종교가 된다 그러면 어떻게 먹어야 그게 예술이 되는가? 마음도 먹어야 산다. 마음 먹는다(?) 마음먹기 이런 것 한국식 표현 먹은 것도 예술이 되게 하라! 이런걸 한국인은 멋이라고 한다 2022.11.08

자작시 2022.12.08

[아폴리네르] 넥타이와 시계

'넥타이와 회중시계' -아폴리네르. 캘리그램 시(WORD AS IMAGE) - 돈을 벌기 위해 시간에 쫓기면서 직장에 매달리는 현대인의 소외 풍자 네가 매고 있고 너를 장식하는 넥타이 오 문명인이여 잘 숨 쉬고 싶으면 넥타이를 풀어라. 심심풀이하듯 삶의 아름다움은 죽은 고통을 능가한다. 내 가슴, 눈, 어린이, 아글라(*악마를 쫓는데 사용되는 주문이나 부적) 손, 티르시스(*애무), 일주일 철학자 광인에 의해 다시 세워진 무한 네 육체의 문을 지키는 시의 여신들 아름다운 미지인 그리고 송장 같은 빛나는 단테의 시행 시간들 마침내 5분 전-이다 하여 모든 것이 다듬어진다

외국시 2022.10.03

[아폴리네르] 분수가 내 고통 위로

- 아폴리네르 반전시(캘리그램[Word as Image] 형식) 옛날의 모든 추억이 오 전쟁터로 떠난 내 친구들이여 창공을 향해 솟아오르고 그대들의 시선이 잠자는 물 속으로 우울하게 사라진다 브라크와 막스 자콥 새벽 같은 잿빛 눈의 드랭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레날 빌리 달리즈는 어디 있는가? 그 이름들이 우울하게 울린다 교회 안에서 발자욱 소리가 울리듯 참전한 크렘니츠는 어디 있는가 아마 그들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내 영혼은 추억으로 가득하다 분수가 내 고통 위로 눈물짓는다 북쪽 전쟁터로 떠난 이들이 지금 싸우고 있다 땅거미가 내린다 오피빛 바다여 월계수 장미 전쟁의 꽃이 철철 피흘리는 동산

외국시 2022.10.03

천국에서 지옥으로

천국에서 지옥으로 캐나다 스트랫퍼드 형집에서 2015년 뉴욕에 들어가지 전 1주일을 쉬다. 캐나다 스트랫퍼드 있다가 미국 뉴욕으로 가는 것은 천국에서 지옥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미술을 하려면 어둔 지옥으로 가야 한다. 모든 지옥 속에서 천국을 찾는 게 미술이다. 잡동산이(雜同散異) 뉴욕에 가면 지옥 속 숨겨진 천국의 보물이 많이 보인다. 2022.09.30

자작시 2022.09.30

[소동파] 꿈꾸다가 이 시를 짓다-

꿈꾸다가 이 시를 짓다- 明月如霜(명월여상) :밝은 달은 서리 같고 好風如水(호풍여수) :좋은 바람은 물같구나 清景無限(청경무한) :맑은 경치 끝없는데 曲港跳魚(곡항도어) :굽은 항만에 물고기 뛰어논다 圓荷瀉露(원하사로) :궁근 연꽃에 이슬 쏟아져도 寂寞無人見(적막무인견) :적막하여 보는 사람 아무도 없도다 紞如三鼓(담여삼고) :북치는 소리 삼경인 듯 鏗然一葉(갱연일엽)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 黯黯夢雲驚斷(암암몽운경단) :어두운 꿈속 구름에 놀라 깬다 夜茫茫(야망망) :밤은 망망하여 重尋無處(중심무처) :다시 찾을 곳이 없구나 覺來小園行遍(각래소원행편) :깨어나 작은 동산을 두루 걷는다 天涯倦客(천애권객) :하늘끝 지친 나그네 山中歸路(산중귀로) :돌아가는 산 속 길 望斷故園心眼(망단고원심안) :떨어진 ..

기성시 2022.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