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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의 단순함이여

추상의 단순함이여- 김환기를 위하여 1998.07.09단순함은단순하지 않고 위대하고밥 한 그릇도 단순하지 않고신랑 각시의 첫날밤도단순하지 않고컴퓨터 메뉴만큼이나거미줄만큼이나얽히고설킨 세상에서우린 단순하고 또 단순하고 싶고'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그런 시처럼신안의 먼 추억이나동경, 파리, 뉴욕 객지 생활도단순하지 않고구상을 탈피한무사한 점들과초월적 굵은 선, 단도직입적 삶이보다 더한 행복도 없고물 같은 단순화가 어디 있나꽃 같은 단순화가 어디 있나환기 같은 추상화가 어디 있나달, 산, 구름이점·선·면이 되는그 극대의 단순함은얼마나 경이로운가

자작시 2024.08.01

소르본大 앞에서 1989.8.6

소르본大 앞에서 1989.8.6소르본 大 맞은 편에싸구려 여인숙 퀴자(Cujas)내가 먹고 자고 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우선 TV가 없어서 좋고화장실은 공용이고샤워를 하고 싶으면 20프랑을 내면 그만내 방 밖에는 낡은 만큼 편안하게 보이는 파리의 뒷골목외론 나그네 마음을 풀어 주듯창밖 잿빛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여종업원은 친절하고아직 살아 있는 우애 정신에도개인 자유와 사회 평등인류 우애는 지금도 미흡하고누군가 그걸 완성하겠지만그건 흑인 몫이제 파리는 흑인에 의해서만 아름답고행복해질 수 있나니창밖에 비가 내리고미완성 혁명은 완성을 향하고 있고1989. 8. 6씀 프랑스혁명 200주년

자작시 2024.07.23

과학자는 역시 시인이다

과학자는 역시 시인이다 // 어느 과학자(학력고사 출제위원)의 웃음 - 1983 11 26 교사시절 학력고사 검토위원을 한 적이 있다. 2달 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시절 쓴 시, 프랑스어 출제: 서울대 김형식교수(50문항) /국가 대학입시를 독점하다 보니 정확한 평가도 아니면서 예산-시간에서 낭비 어마어마하다 / 무려 2달간 갇혀 날마다 최고급 레스토랑 식사에 무료-무기력-무의미(?)그는 늘 웃는다그렇다고천박하거나 어색하지 않다그저 소탈할 뿐이다그는 과학자로어린이 같은 눈으로시인의 마음으로우주와 사물을 볼뿐이다나뭇잎 끝에맺혀진 새벽 이슬 속에서우주의 태동과 생명의 응집력을 읽는다그의 표정은천진의 주파를 던지며구겨진 우리의 흠과 티를 꿰뚫어 본다웃음과 여유로조물주가 숨겨 놓은우주 만물의 수수께끼를직관적 ..

자작시 2024.07.05

상하이 옛 거리에서 -백남준 전 갔다가 2018년 1월 20일

상하이 옛 거리에서 -백남준 전 갔다가 2018년 1월 20일비 내리는 상하이옛 거리 와이탄(外灘)120년 전근대건물에 취하다.150년 전제국열강시대 조계지그 옛 서양식 건물이그대로 남아 있다오늘 김달진 선생과나는 아트가이드 3명과함께 미술관 투어 가다우연찮게 멋진 날이다상하이를아시아의 빛나는 보석(東方明珠·둥팡밍주)’이 말이 맞다사람들 친절하고마음결 곱고물과 햇빛이 많은지상 낙원이다이러니 150년 전서구 열감이얼마나 노렸겠나!아편에 빠트려전쟁 내고 수탈 많았다가이드 중 미대생 2명붙임성이 있고영혼이 맑은지내 어리석음도 씻어준다.류(Liu)는 긴 머릿결을바람처럼 날리며유창한 영어로내게 말 붙이나내 어설픈 영어 멍멍하다이신전심이 이런 것인가작년에 나처럼베니스, 카셀, 뮌스터도다녀왔다니보통 인연 아니다.와이..

자작시 2024.06.30

구파발

구파발*40년 전 유럽위기를 주제로 한 시구파발가는 길에도구라파가 어른거릴 때가 있다구파발이눈물겹게 그리워온 맘이 뒤흔들릴 때도구라파가얼핏 보일 때가 있다구파발 길을두루 지나다니면서도잠깐씩 눈에 떠오르는구라파의 뒷골목은지우는 못하는 때가 있다구파발로 가는 길은내가 살려가는 길구라파로 가는 길은내가 팔려가는 길구파발로 가자냄새나는 옛 장터같은구라파를 버리고새 삶터인구파발로 가자1986.07.11

자작시 2024.06.15

민주의 꽃이여 - 이한열 열사의 영전에

610항쟁에서 누구나 시인이 된다 [87년에 쓴 시 2] 민주의 꽃이여 - 이한열 열사의 영전에 그대 피흘리는민주의 꽃넋이여그대 넋은이 땅에 다시 살아민주의 불 놓으리니민주의 혼 태우리니그대는 다시민족의 꿈으로 피어나리라이 땅에비 내리며, 바람을 일으키며민주의 수호신이 되어우리를 살려내나니다시는 이 땅의독재의 허깨비독점의 도깨비발붙이지 못하게 하리니그대 다시 이 땅에민주의 꽃으로 피어온 땅의 민주의 봄 오는 날우리는 그대를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며목놓아 부르리라1987년 7월 9일

자작시 2024.06.10

관음(觀音)예수 - 즉흥시

관음(觀音)예수 - 즉흥시오늘은관음보살이 아니라관음예수를 본다관음송 같은관음예수를 본다모든 이의 고통을 보고모든 이의 슬픔을 듣는그는 관음예수다하얀 눈길 속에하얀 그 관음송거기에관음보살처럼관음예수가 서 있다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우리를 깨우쳐주는관음예수가 있다오늘 그가관음보살로 되어관음송이 되어우리에게 왔다하지만 우리는여전히눈이 멀어귀가 먹어그 관음예수를듣지도 보지도 못한다그가 우리의억울함을 봐주고우리의 하소연을들어준다는 것을우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2012.12.25

자작시 2024.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