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의 단순함이여!
추상의 단순함이여 - 김환기를 위하여 단순함은 단순하지 않고 위대하고 밥 한 그릇도 단순하지 않고 신랑 각시의 첫날밤도 단순하지 않고 컴퓨터 메뉴만큼이나 거미줄만큼이나 얽히고설킨 세상에서 우린 단순하고 또 단순하고 싶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런 시처럼 신안의 먼 추억이나 동경, 파리, 뉴욕 객지 생활도 단순하지 않고 구상을 탈피한 무사한 점들과 초월적 굵은 선, 단도직입적 삶 이보다 더한 행복도 없고 물 같은 단순화가 어디 있나 꽃 같은 단순화가 어디 있나 환기 같은 추상화가 어디 있나 달, 산, 구름이 점·선·면이 되는 그 극대의 단순함은 얼마나 찬란한가 1998.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