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209

백남준, 무소유주의자를 좋아해

백남준은 무소유주의자를 좋아했다 악기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샬럿 무어먼을 좋아했다 예술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보이스를 좋아했다 음계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쇤베르크를 좋아했다 자본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맑스를 좋아했다 연주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존 케이지를 좋아했다 몸짓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머스 커닝햄을 좋아했다 국경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칭기즈칸을 좋아했다 존재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사르트르를 좋아했다 환상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일연을 좋아했다 시공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장자를 좋아했다 열락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보들레르를 좋아했다 종교의 사적 소유를 거부한 니체를 좋아했다 2018.11.19

자작시 2021.11.19

그의 천진한 웃음

이우환은 아직도 / 미지와 무한을 향해 / 꿈을 꾸는 소년 같다 재킷과 청바지를 입은 / 75세의 이우환은 / 내 눈에는 15살의 / 경상도소년으로 보인다 그의 천진한 미소는 / 그 자체가 / 아무도 지어낼 수 없는 / 생생한 그림이다 평생 제대로 된 / 점 하나 그려 보려 / 그리도 무던하게 / 애를 쓴 것인가 / 하늘의 별을 따듯 / 그렇게 화폭에 / 우주에서 가장 잘 난 / 점 하나 따온 것인가 무한이 숨쉬는 / 설렘의 우주를 열어/ 붓끝에 / 충만한 기와 / 생명의 파장 넣은 것인가 최소의 점으로 / 최대의 공간을 창출하여 / 지구상에서 가장 / 작아도 충만한 / 여백의 미 낳은 것인가 2011.11.15 갤러리현대 전시장에서

자작시 2021.09.01

소르본大 앞에서

소르본大 앞에서 소르본 大 맞은 편에 싸구려 여인숙 퀴자(Cujas) 내가 먹고 자고 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우선 TV가 없어서 좋고 화장실은 공용이고 샤워를 하고 싶으면 20프랑을 내면 그만 내 방 밖에는 오래된 만큼 편안하게 보이는 파리의 뒷골목 외론 나그네 마음을 풀어 주듯 창밖 잿빛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여종업원은 친절하고 아직 살아 있는 우애 정신에도 개인 자유와 사회 평등 인류 우애는 지금도 미흡하고 누군가 그걸 완성하겠지만 그건 흑인 몫 이제 파리는 흑인에 의해서만 아름답고 행복해질 수 있나니 창밖에 비가 내리고 미완성 혁명은 또 다른 완성을 향하고 있어 1989. 08. 06 프랑스혁명200주년에

자작시 2021.07.23

백남준

백남준 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비관적인 같은데 낙관적이고 비현실적인 것 같은데 현실적이고 부정적인 것 같은데 긍정적이고 파괴적인 것 같은 데 창조적이고 반맑스적일 것 같은데 맑스적이고 비지성적인 것 같은데 지성적이고 바보같은데 진짜 천재다. 서양적일 것 같은데 동양적이고 세계적일 것 같은데 한국적이다 아니 그런 일체의 경계가 없는 종교와 사상의 테두리가 없는 그는 열린 세계시민이고 인류보편적 지구인이다 평생 순백한 눈빛 같이 해맑고 천진한 아이였다. 2021.07.17

자작시 2021.07.17

610항쟁일에

610 항쟁일에 - 이영재 목사 보내며 생글생글 아이처럼 웃던 그대 모습이 좋았지 어린 왕자처럼 초롱초롱한 그대 눈빛이 맑았지 그대는 70년대 민주화 투사로 우리의 우상이었지 걸출한 목소리로 쏟아낸 공관복음 해설 촌철살인 같았지 영국유학 후 그대 모습이 못 보고 다시 만나니 옛 추억 떠오르고 젊은 날 흔적 되살아났지 성서에 까막눈인 내게 그댄 그 본질을 꿰뚫어줬지 그런 시절이 없었다면 난 지금도 헤맸겠지 개벽 세상 열어놓고 그대 먼저 가면 어쩌냐 그대 숨 깊이 마시며 술 한 잔 못한 게 끝내 아쉽구나 부디 하늘 가서도 이 못난 우리들 그래도 안아주기를 2021.06.10

자작시 2021.06.11

임예준 군에게-100일 맞아

임예준 군에게 -100일 맞아 눈빛, 예리하고 그러나 부드럽고 꼭 쥔 손을 보니 의지 강해 보이고 코등, 자신감 넘쳐 천재 끼 보이고 머리카락은 예인처럼 멋지고 눈썹은 반달형으로 가지런하고 뺨과 볼은 입체감 있어 넉넉하고 앞으로 큰 인물 되겠네. LA 천지 사방, 그 바람과 그 햇살 온전히 머금으니 불쑥 힘 넘쳐 한반도까지 그 기운 들썩이네. 2021. 02. 08 외할배가 서울에서

자작시 2021.02.08

세계사, 해적의 역사

세계사, 해적의 역사 18세기 전까지 영국은 해적의 나라, 극과 극은 통한다고 영국 신사도도 단지 그런 흑역사를 가리기 위한 위장술일 뿐 18세기 이전 영국해적, 국가산업 주도 국가체제인 왕정과 민간단체인 해적의 긴밀한 협조 동인도회사와 자본주의는 해적에서 시작. 18세기 후 해적이 없어진 건 기계가 노예를 대신한 산업혁명 때문 동서인류사에서 해적역사 아닌 게 없어 대영웅 나폴레옹, 아니 프랑스혁명을 훔친 해적(?) 전범국 일본은 독일처럼 강제로 분단됐어야 했는데 되려 우리 통일을 앗아간 해적(?) 박정희는 1961년 419민주혁명을 미국지원 받아가며 한국 민주주의를 훔친 해적(?) 또 미국지원 받은 전두환도 제2의 박정희 같은 해적 세계사는 한마디로 해적의 역사 그 예는 너무나 많아 이런 역사 언제나 ..

자작시 2021.01.16

그녀의 하얀 미소

그녀의 하얀 미소 -폭설 내린 날 30년만의 폭설로 원시로 돌아간 서울을 마음껏 즐기듯 그녀는 환히 웃었다 하얀 이 드러내며 눈보다 더 하얀 그녀의 웃음은 아름다운 인화(人花)였다 눈 덮인 도시 가로수는 외론 이들의 혼령이듯 그녀의 얼굴빛은 눈처럼 순결하고 눈부신 영혼이었다 낭떠러지 같은 절망의 늪에 빠진 날 구해준 그녀의 미소는 불멸 같은 불꽃이었다 2001.2.15

자작시 2021.01.07

11월 낙엽

11월 되니 11자 모양으로 하루 대략 11억 개의 낙엽이 떨어지네. 수북이 쌓이네. 내 발이 빠질 정도로 쌓이네. 자연의 순환법칙은 정직하네. 나무들, 자신을 아낌없이 버릴 줄 아네. 울긋불긋한 낙엽이 그리움의 여울처럼 유유히 흐르네. 11월 낙엽은 여름 비처럼 겨울 눈처럼 마구 떨어지네. 서러움도 외로움도 무색하게 흘러가네. 그냥 하염없이, 무심하게 떨어지네. 2010.11.11

자작시 202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