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194

캐나다, 퀘벡 시티

퀘벡 시티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멎지 않고 아침에도 바람과 함께 더 누렇게 된 낙엽들이 수북이 쌓이고 나는 우산을 쓰고 비 오는 아침의 퀘벡을 걷는다 퀘벡은 비가 와도 아름답고 가을 나무들은 겨울 채비를 하기 위해 옷을 벗고 있고 그래도 스치는 사람들의 아침 인사는 황금 햇살처럼 빛나고 수백 년이 겨울을 이겨 온 퀘벡은 제 여유와 저력이 뽐내니 나그네 외로움과 비교가 된다 나는 샤토 프롱트낙과 성공회 교회를 보이는 관광 안내소 옆에 서서 외롭고 쓸쓸한 퀘벡의 아침을 보며 꾸물거리는 인생이 뭔지를 다시 생각한다 1999. 10. 23

자작시 2020.08.15

'한일 습관 차이'

한일 습관 차이 - 75주년 미완성 광복절에 일본 습관, 틈만 나면 한반도 쳐들어오려고 한다 그 전과도 찬란하다 임진왜란 때 1차로 조선을 쳐들어와 7년 간 식민지 지배하다. 이순신 장군과 주민 덕에 호남만 식민지가 아니었다. 20세기 초 2차로 한반도를 쳐들어와 40년 간 한반도를 식민지로 지배하다 21세기 초 3차로 한반도를 또 다시 쳐들어오려 한다 한미일 군사동맹 통해 북한 먹으려 한다. 독도와 남한은 이미 먹었고 남한에는 일본 대리 정당도 있다 이게 다 중국 진출하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습관은 여전히 식민지에 쉽게 길들여진다. 친미는 결국 친일 습관에서 온다. 도올 선생 말이다. 긴 학습 통해 얻어진 후천성 증후군인가. 한일 습관 차이 참혹하다 골수에 밴 이런 중독증 이젠 끝내야 한다 2020..

자작시 2020.08.15

추상의 단순함이여!

추상의 단순함이여 - 김환기를 위하여 단순함은 단순하지 않고 위대하고 밥 한 그릇도 단순하지 않고 신랑 각시의 첫날밤도 단순하지 않고 컴퓨터 메뉴만큼이나 거미줄만큼이나 얽히고설킨 세상에서 우린 단순하고 또 단순하고 싶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런 시처럼 신안의 먼 추억이나 동경, 파리, 뉴욕 객지 생활도 단순하지 않고 구상을 탈피한 무사한 점들과 초월적 굵은 선, 단도직입적 삶 이보다 더한 행복도 없고 물 같은 단순화가 어디 있나 꽃 같은 단순화가 어디 있나 환기 같은 추상화가 어디 있나 달, 산, 구름이 점·선·면이 되는 그 극대의 단순함은 얼마나 찬란한가 1998.07.09

자작시 2020.08.01

사팔뜨기

분단국가에서는 한 눈은 가리고 다른 한눈만 가지고 봐야 정상이라고 한다. 두 눈으로 보면 병신 혹은 비정상이 된다. 사팔뜨기만 살아남을 수 있다. 한 눈의 편향성과 두 눈의 균형성이 뭔지 모른다. 모두가 한쪽 눈으로 본다 양쪽 눈으로 보면 배제되고 제거되고 왕따를 당한다 그러니 문화예술이 발전하기가 힘들다. 대가가 나오는 경우가 많이 않다. 비디오아티의 창시자 백남준 같은 거물이 아직도 한국에서 경외시된다 세계적 천재 작곡가 윤이상 한국에 발 못 붙이고 독일 시민 되다. 2020.07.11

자작시 2020.07.11

천 상병

푸른 하늘을 새처럼 날고 싶었던 시인 천 상병 자신의 비극적 삶을 가장 아름다운 마음으로 노래할 줄 알았던 시인 하루하루가 어찌 소풍가는 날처럼 즐겁기만 했겠습니까만 삶의 슬픔 뒤에 숨은 기쁨의 수수께끼를 영혼의 밝은 눈으로 볼 줄 알았던 시인 가난과 설움 속에서도 하늘 같이 높고 푸른 꿈과 진실을 간직한 시인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 같은 구수한 시인 아름다운 시인 1986. 5. 31

자작시 2020.06.08

뮌스터

독일 중북부 사색과 음악이 흐르는 전원 도시 뮌스터 도시 일체가 공원으로 정돈된 공원, 산책길 어디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 흔히 본다 유서 깊은 시청 건물 등 박물관, 시립 도서관이며 역사의 냄새 물씬 풍기는 곳 거리의 카페나 전통 맥주집도 쇼핑 센터에도 많은 사람들로 활기차나 풍요가 지나쳐 허전해 보이기도 한다 신구(新舊) 종교 전쟁을 평화 조약을 바꿀 수 있을 만큼 관용과 아량이 엿보이는 도시 호숫가가 있는가 하면 오솔길이 있고 작은 자전거가 있는가 하면 큰 대로도 있다 교회 종소리 은은히 퍼져 도시의 엇갈리는 고독과 행복을 달래며 하루의 종말을 고한다 아름다운 뮌스터여 부디 객에게도 친절하여라 또한 건강하고 행복하여라 1989. 8. 14

자작시 2020.06.08